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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한국영화

인랑 (김지운)

by 휴먼계정 2018. 9. 7.


드디어 봤고, 나는 이 영화가 리얼급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분명 영화가 흥행하지 못한 이유는 영화자체나 다른 부분에서 많았지만, 그래도 딱 봐도 모두가 고생해서 만든 영화라는게 뻔히 보이는데 

실제로 보지도 않고 네이버 댓글이나 평점에 관여해서 모두의 고생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던 집단행동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었음.

특히나 이런 텐트폴영화가 망하면 한국영화산업 전반적으로 좋을게 없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애정이 1이라도 있다면 최소한, 영화를 보지도 않고 영화가 망하기를 소원하진 않아야 함.


잘못된 건 잘못된 거고, 영화이야기로 돌아가보면... 어쨌든 나에게도 이 영화는 재미가 없었다 ㅎㅎ...

실제로 영화가 괜찮았다면 평점테러나 입소문테러에 이렇게까지 무너지지 않았을텐데...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사실 생각해보면 아이리스처럼 차라리 드라마로 만드는게 괜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

흠...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단점은,


1. 담겨 있는 이야기는 많은데 결과적으로 이야기들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부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더군다나 스토리의 깊이가 있다보니, 이 부분을 캐릭터들이 장황한 대사로 처리해야하는 위험부담까지 안게 되었는데

난 솔직히 캐릭터들이 장황한 대사로 상황이나 배경에 대해 설명하려는 부분들이 참... 내 취향은 아니더라... 너무 쉽게가려고 한게 아닌지...

그리고 이미 원작과 영화배경에 익숙한 제작자들이 보기에는 다양한 소재들이 영화를 더 매력있게 만든다고 생각했을진 모르겠으나,

이 부분이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쫓아가며 영화를 보아야 하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게 아닐까 싶다.


2. 애초에 인랑이라는 원작이 1999년도 애니메이션이어서 시차가 조금 있는데다, 이 원작을 각색하는 방향도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현재 (아직도 많은 단계가 남긴 했으나) 세계가 한국의 정전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봉한 영화가

북한과 피터지게 싸우고 또 내부적으로도 분열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야... 너무 현실감이 떨어진다.

인랑에 대한 기획이 탄핵이 이루어지기 전인 16년도 쯤, 밀정과 관련된 작업을 하던 시기부터 진행되었다고 하던데, 

인랑같은 이런 어두운 이야기가 2, 3년 뒤에도 과연 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정치적 흐름을 고민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탄핵이 이루어진 이후에 제작된 만큼 각색 방향을 조금 바꾸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프로덕션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면적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하는건 굉장히 힘든 부분이긴 하지만... 아쉬운 부분.


3. 영화는 혼자 보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예술영화도 아닌 상업영화. 그것도 100억 이상의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영화. 조금 신랄하게 말을 해보자면, 

중저예산영화 3편을 만들 수 있는 자본을 혼자 가져간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이라면 주요 관객층을 생각했어야 한다.

신과함께가 1,2편 둘다 흥행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정말 그냥 러닝타임 동안 재밌을 수 있고 머리가 아프지 않은, 모두가 원하는 행복한 결말이 있는 스타일의 영화가 흥행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내용도 어두운데다가 분위기마저 어두운 영화를 만든다면, 

영화를 단순화시키거나 하는 방법으로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요소를 넣었어야 하는데

오히려 이 영화는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예술영화적인 부분을 가미함...

물론 영화의 디테일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꽤 있었다. 이건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연출적인 성과는 훌륭하지만

중요한건 언급했다시피, 이 영화가 흥행을 위해서 거대자본을 투자받아 제작된 영화라는 점.

결국 어느 정도는 관객에 맞추어야 했는데 너무 제작/연출하는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진 느낌.

아무리 감독님이 하고싶은게 많아도 상업영화를 만드는 이상은... 

그게 개봉 시기의 관객들에게 통할 것인지에 대해 더 많이 고민을 했었어야 한다고 생각함.

뭐... 제작/연출하는 측에서 한국관객들이 이 영화를 받아들일거라고 생각했다면 할 말은 없다만...


4. 이건 나만의 생각일수도 있지만, 한효주배우가 이 역할에 어울렸던걸까...

한효주배우가 좋아서 뷰티인사이드도 몇 번이나 봤는데, 이상하게 인랑에서는 너무 어색했다.... 아쉬움...


5. 3번에 이어서, 그렇기 때문에 김무열 배우의 발언은 너무한 발언이었다.

속상한 것도 알겠고, 배우가 내심 그런 생각을 했더라고 해도 솔직히 인간적으로 이해간다. 그러나 그걸 공표하면 안되는 것이었음.

한국 시장에서 일을 하는 배우라면 한국 관객들의 반응을 받아들이고 고민을 해야지 되려 수준 운운하며 비꼬는 것은 옳지 않았다.

관객들의 수준이 낮다고 생각되면 본인이 수준 높은 시장으로 진출해서 본인의 일을 하면 된다. 그런데 그럴게 아니잖아.

한국을 주요 활동무대로 삼는 배우라면, 한국 관객이 있기 때문에 연기를 할 수 있는건데... 그런 발언을 하면 안되는거였지...

그래도 에휴... 나도 인랑이 이렇게까지 무너진걸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기 때문에 뭐... 조금은 억지로 배우의 편을 들어보자면

아무래도 감정선이 뚜렷한 한상우역할에 너무 몰입을 했었다보니, 

저 발언당시에도 아직 역할의 감정선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그런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드네.


쩝... 오늘은 왠지 길게 글이 써지네. 쓰다보니 영화의 단점만 써서 찝찝하긴 하다만...

어쨌든 김지운감독님이 차기작을 흥행시켜서 인랑의 기억을 모두 씻어내셨으면 함.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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