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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책

어느 미니멀리스트의 고민 (이용준)

by 휴먼계정 2020. 4. 16.


글쎄요... "!"보단 "?"가 더 많이 떠올랐던 책.

 책의 서문에 명시되어 있긴 하다.

맥시멀리스트 vs 미니멀리스트의 구도를 잡은 것이 책의 재미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읽다보면 맥시멀리스트를 "존중"하는 미니멀리스트라기 보단

"조종"하는 미니멀리스라고 보여져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래부터는누군가의 결혼 생활에 대한 평가라기 보단,

그냥 이 책을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주인공"의 행적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적었으며,

그리고 주인공만 경제활동을 하고, 아내분께선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으실거란 추측 하에 쓰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맥시멀리스트 아내가 좋아하는 티비가 고장났을 때,

미니멀리스트인 주인공의 신념대로 TV를 새로 사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내를 위해 대체제로 프로젝터를 달아줬는데 왜 그걸 안쓰고 굳이 타블렛으로 TV시청을 고집하나

라는 주인공의 말에는 조금 화가나기까지 했다.

주인공은 TV를 안 보니까 필요 없었던거고, 아내분은 TV를 보니까 TV가 필요한건데,

왜 그걸 주인공 기준인 프로젝터로 대체해놓고, 왜 안쓰냐고 하면 글쎄뭐라고 대답해야하나?

 

아는 사람들은 알 거다.

우리를 키워온 많은 전업주부 어머님들이 TV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시는지.

집에서 혼자 고독한 싸움을 반복하고 있는 사람에게 그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그냥 주인공이 한번 쯤은, 왜 저렇게까지 TV를 포기하지 못 하는걸까 하고 생각을 해봤으면 했는데

일단 이 책에서 그런 고민의 흔적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초중반부 말고, 후반부에 들어가서는 맥시멀리스트에 대한 서술어가 조금씩 바뀌긴 한다만, 만족스럽지는 못함.)

 

나에게 왜 이 책이 불편한걸까 하는 고민을 참 많이 했고, 깨달은 게 있다.

이 책에서는 거의 대부분 미니멀리스트의 신념이 우위다. 이게 이유였다.

이 세계관에서는 여러가지 가치관과 다양한 생활패턴들이 공존한다기 보단

압도적으로 어느 한 신념이 우위에 있더라. 나는 적어도 그렇게 느꼈다.

(주인공이 미니멀리스트 지향러니까 그럴 법도 하지만.)

그냥 서로 다른 사람들끼리 다투는 귀여움이 아닌,

한 사람의 신념이 공격적으로 확장세를 펴간다고 느꼈기에 불편했던거다.

 

서문에서 맥시멀리스트와의 갈등을 다룬 게 아니라고 밝혀두면 무엇하나...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리스트의 갈등 서사는 계속 반복되며,

어떨 땐 맥시멀리스트를, 미니멀리스트의 신념을 방해하는 존재, 즉 빌런처럼 묘사하고 있어 피곤하단 느낌도 들었다.

주인공은 체 게바라의 사례와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며 미니멀리스트로의 신념을 끊임없이 풀어내고 있긴 하나, 설득력은 없다.

언급했다시피, 어느 한쪽의 입장만이 (그것도 매우 주관적으로) 담겨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제 3자인 내 입장에선, 그냥 왜 이렇게까지..? 하는 생각 밖에...

 



에휴... 하지만 뭐 어떠랴... 이 또한 나 아닌 타인의 삶인걸... 

그냥 와닿지 않는 책을 읽었을뿐 인거다.

그러나 확실한건

미니멀리스트에게 관심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은 조금 위험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끝에서야 밝히지만, 나는 태생이 미니멀리스트다.

애초에 많거나 과한 것이 심적으로 부담스럽다.

집은 항상 이사할 집에 짐 옮겨놨냐는 말을 들을 정도이자

회사를 조금 일찍 출근해서, 오전청소를 해주시는 분이랑 마주쳤을 때, 내가 퇴사한 줄 알았다는 정도.

 

그치만 나는 나의 영역에서만 나의 패턴을 고수한다.

공공의 영역이나, 타인의 영역은 부당함 등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그대로 놓아두는 편.

솔직히 너무 이해는 안되지만, 그냥 가족들의 방이나, 다른 사람들의 자리는 안 본걸로 치면 된다.

세상에 나 같은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혼돈 속의 질서를 더 편해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물론 현재의 나는 지금은 동거인이 없으며, 그나마 겪었던 동거인은 가족들이 전부이기에

완전한 타인을 가족으로 받아들인 주인공의 어려움을 알지는 못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 주인공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부분은 인정한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서 ?가 계속 생기는 이유는, 주인공의 이 말 때문이다.

싱글이 아닌 사람이 미니멀리스트로 사는건 너무 어렵고, 매일이 사투라는 그 말.

사투...? 과연 그렇게까지해서 완벽하게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야만 할까...?

그렇다면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해 쏟아 부었어야 했고, 쏟아붓고 있고,

또 앞으로 쏟아 부을 그 에너지(행동력과 정싱력 포함)는 어디서 오는 걸까.

풍선 한 쪽을 누르면 다른 한 쪽이 튀어나오는 것 마냥,

집이 비워져가는 대신 마음과 인간관계는 더 소란스러워지고 있는건 아닐까.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해 저렇게 많은 시간과 정성을 계속적으로 투자해야만 한다면

그건 과연 진정한 미니멀리스트가 맞나? 해방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내 영역에서 물건들만 사라지면, 혹은 다시 구매하지 않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모든 게 괜찮은 걸까.


*사진출처: 네이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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