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사람이 하이틴 뱀파이어 연기를 하던 시절에(생각해보니 배트맨도 박쥐인..?)
존잘로 설정 + 연출되던 외적 면모를 보고 아래와 같은 생각을 했다.
'아 서양 고전에 가끔 나오는 강인한 턱이라는 게 바로 저런 거겠구나'
그리고 언젠가는 그가 그 턱을 십분 활용한 연기를 하겠구나 싶었는데 정말 배트맨을 하더라고.
큰 기대는 안 했고 시놉시스나 예고편 혹은 평도 읽지 않고 관람했다.
크리스찬 베일 전에 배트맨을 연기했던 벤 에플랙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했다는 것도 몰랐음;
그런데 웬걸, (조금 과장해 보자면) 전율이 이는 느와르였던 것...!
영화라는게, 대부분 영화를 평균 이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손으로 만들어지는 거겠지만
이 영화만큼은 진짜 찐! 영화 덕후들이 광기로 만들어냈구나... 하는게 머글인 내게도 느껴졌다
(영화관을 멀리하게 된 시국에, 긴 영화에 대한 인내심이 줄어든 관객들을 상대로 3시간을 고집한 것 또한;)
솔직히 액션만 보면 역대급이라거나, 압도적인 블록버스터는 아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 배트맨의 액션은 항상 좀 둔하다고 느끼는 편이기도 했고.
그러나 음향과 스코어가 매우 적절하게 어우러진 덕분에 충분히 볼륨감 있는 영화를 즐길 수 있었음.
특히 고속도로에서 그 주황색 안전 통?? 같은 걸 치는 타이밍과 드럼 사운드를 합친 건 너무 재밌었음...
포스터 또한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아 저 장면이네... 근데 나 이 장면 좋아하네... 싶더라고.
포스터에서 카피가 왜저렇게 작나 싶었는데, 저 고유의 장면을 해치지 않으려는 영화덕후들의 의도였을 듯 ㅎㅎ..
카피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여보자면, 마케팅에 있어 고민이 있었을 것은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패틴슨이 여러 장르의 영화에서 성공적인 연기를 펼쳐서 인정을 받은 건 팩트지만,
국내에선 배트맨에 캐스팅 되었다는 기사에서 트와일라잇이라는 수식이 (아직도) 붙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아 하이틴 향수의 잔향이 어지간히 지독하구나 한걸 누구라도 알 법한 상황...!
조커도 아닌 배트맨을 느와르로 어필하는게 맞을지 꽤 고민했을 느낌이다.
'다크하다'는 공통점이 있는 조커는, '코어가 광기인 빌런'이었기에 서사의 어두움이 납득과 지지를 받았던 반면
'코어가 정의인 히어로'인 배트맨의 고뇌를 다크하게 다룬 이야기를 이 시국에 누가 기꺼워할까...!
게다가 (언급했 듯) 연기신으로의 호아킨 피닉의 조커에 대한 대중적 신뢰도와
프롬퀸 느낌의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에 대한 신뢰도는 당연히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카피에서 다소 힘이 빠져있다는 느낌이 드는게 이런 고민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음
(영화의 장점이자 핵심을 보여줘야한다는 목적과 대중에게 어필해야한다는 목적 속에서 탄생한 혼돈적 카피 느낌)
다만 영화 초반부터 반쯤은... 아니 80-90%%는 정신 나가 있던 패틴슨의 눈알 연기가 매우 아쉽긴 했다.
세대를 교체한 히어로로서가 아니라 캐릭터 자체를 재정의한 히어로를 어필했다면...
그러나 윗 문단에서 언급했 듯, 그러면 대중성과 너무 멀어지니깐... 여러모로 아쉽다.
여튼 3시간이 견디기 쉬운 시간은 아니다. 나도 궁댕 좀 아팠음.
다만 나 영화 좀 본다, 영화 조금이라도 좋아한다. 하는 사람들은 꼭 봤으면 하는 영화.
P.S.
캣우먼과의 러브서사는 솔직히 개뜬금없긴 함.
엥??? 실화? 굳이? 왜? 갑자기? 싶었거든... 굳이 그랬어야 했을까?
각자 본인의 일을 하다가 서로 돕기도 하는 업계 동료,
즉 '성'을 빼고 그냥 '인간'으로 서로를 대하는 연출이 훨~~씬 더 낫지 않았을까?
솔직히 고담시티에서 서로 잘 알지도 못하던 복면여자와 가면남자가
아이컨택을 몇초 했다는 이유로 사랑에 빠질 시간도, 여유도 없지 않냐...?ㅎ
*사진출처: 네이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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