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제목은 뭔가 자기계발서 같은데, 내겐 에세이처럼 느껴졌다.
결론적으로 책은 정말 재미있었고 글 쓰신 분이 정말 대단한 분이셨다.
이런 인생의경험을 책한권으로 전수받는 것은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는 부분.
그러나, 한 가지. 곧 시대를 물려받을 밀레니얼러로서 느낀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솔직히 말하면, 편집자분이 고쳤다면 정말 좋았을 만한 부분.
바로 여사장이라는 표현이었다.
본문 에피소드에 한 번 나왔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에필로그에까지 나왔을 때는 탄식이 나왔다.
혹자는 뭘 이런 단어에 불편함을 느끼냐고 핀잔을 주겠지만
이런 표현이 없어져야하는 이유를 읊어보고 싶다.
이 책에는 수많은 직업적 호칭이 등장한다. 참사관, 과장, 사장 등등...
그런데 그 직업에 "남"자가 붙었던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남참사관, 남사무관, 남과장 이런 표현은 없었다.
오빠나 동생 교육비를 대느라 "나"의 소망은 항상 2순위였던 선대 여성들
사회적으로 교육과 기회의 약탈을 강요받아온 여성들은 멀리 가지 않아도 찾을 수 있다.
나를 길러주신 어머니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세대였으니까.
사실, 책 내용 상 사장이 여자든 남자든 상관 없었다.
비자를 못받게 된 공연자들을 인솔하는 회사의 사장이니 여자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왜 자꾸 여사장이라는 말을 쓰셨던 걸까.
내가 직업군에 "여"자가 붙은 단어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따
사장이면 보통 남자인게 당연하며
여자가 사장일 경우는 "특이한" 경우가 된다는 무의식이 얼룩져있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님께서 이 단어를 씀에 있어 아무런 악의가 없었음을 안다.
그냥 일상적으로, 습관적으로 써 왔단 단어니까 쓰셨겠지 싶다.
과거를 회고하면서 여성이었단 사장님을 떠올리게 되었으니 여사장이라는 단어를 쓰셨지 싶다.
하지만, 이 단어는 위험하다.
자신보다는 오빠나 남동생의 인생을 더 챙겨야했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성장했기에
당연히, 사장이 될 기회가 적었던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점철되어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이 문장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즉시 인지하진 않더라도 무의식 어딘가에선
아 여자가 사장일때는 여 자를 붙여야 하는데 남자일 경우는 그냥 불러도 되는구나, 라고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아이들도 어딘가에서 여사장이라는 말을 쓰고있지는 않을까.
그러한 시절은 이미 지났는데... 우리네 말이 그 시절을 놓아주지 않고 있다.
역사의 얼룩이 계속 번지고 있는거다.
(한국어가 공용어가 되었으면 참 좋겠지만 아쉽게도) 공용어인 영어에서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문제인식이 있었고,
이제는 더 이상 fireman이나 policeman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우리가 이를 해결하는것은 어렵지 않다.
여사장이라는 말을 쓰고 싶으면, 똑같이 남사장이라는 말을 쓰던가
아니면 그냥 성별표현을 하지 않고 직업명만 부르면 된다.
무엇을 하는게 아니라 그냥 안하면 되는거니 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
"여"라는 단어를 굳이 집어넣지 않음으로써
더욱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구성원이 될 수 있음과 동시에
말을 할 때에도 성대의 울림을 줄일 수 있으며
인쇄되는 책의 잉크를 아낄 수도 있어
더욱 경제적이라고 하면 이것이 궤변이 될까.
*사진출처: 네이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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