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판사유감보다 일상유감을 먼저 읽었는데 재미있었다.
한국사회의 기괴한 부조리함에 대해 내가 갖고 있었던 추상적이었던 분노가
이 책을 읽고 나니 완전 명확하게 정리되었음.
본인이 개인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읽어도 충분히 재미있을만한 책이다
(한국인이라면 말이다 ㅎㅎ...)
처음부터 끝까지 책 제목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님. 그래서 더 재밌었음.
다만.
20대 여학생이 선생님(교수님인가) 하면서 오면 데이트도 해보고~
라면서 약간의 상상어린 서술을 한 부분은 솔직히 어안이 벙벙했음.
판사님이 20대도 아니시고 30대도 아니신데...
왜 굳이 꼭 찝어서 어린 20대를 말하는지도 모르겠으며
어린 여성이 잘나가는 중년에게 다가간다는(이 여성이 뭐가 아쉬워서) 남성 위주적 사고를 배경으로
데이트도 해보고싶다고 쓰신 부분은 대체...? 눈 비비고 몇 번을 읽었지만 내용은 바뀌지 않더라.
더 웃긴건 그 여대생 얘기가 나오기 전, 아내분도 언급하셨다는 거다. (물론 다른 맥락의 이야기긴 했다.)
앞에선 마눌님은 가려면 혼자 가라더라. 라는 문장을 쓰고
그 뒤에서는 20대 여대생과 데이트를 한다는 상상을 하신다...?
사실 책의 이외의 부분을 읽어 보았을 때,
그 여대생 부분을 100% 진심으로 쓰신게 아니라는 추측이 가능했다.
그렇다고 해도... 옛날 사람들(굳이 조선시대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아직도 여자가 어쩌고 하는 그런 옛날 사람들 많다)이 눈치 없이
식사나 술자리에서 가십거리로 꺼낼만한 발언이 (다른 책도 아니고) 이 책에 쓰여있다니요.
물론 그런 상상을 해 볼 수는 있다. 그 상상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나이차이가 있지만 예쁜 사랑을 이어가는 커플도 많고.
다만 권위있는 나이든 남성에게 젊은 여성이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비추어질 수 있는 그 글귀가 불편하다.
젊은 여성이 권위 있는 남자의 전리품이나 보상처럼 여겨지는 이런 설정, 책이나 영화에서 지겹게 봐왔다.
그런데 판사님의 책에서 이런 설정을 또 보게 되다니...
너무 부적절하고 불쾌했다. 왜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던 걸까. 꼭 편집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의 현재 기성세대들이
"농담(장난)으로 말했는데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래~"
라며 본인은 아무 책임없이 피해자에게만 상처를 주고 지나쳤었던 발언들의 다수가
성추행이었고 남녀차별발언이었음이 까발려지고 있는 지금은, 2020년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책
'콘텐츠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 빼려고 운동하는 거 아닌데요 (신한솔) (0) | 2020.01.20 |
---|---|
386 세대유감 (김정훈, 심나리, 김항기, 우석훈) (0) | 2020.01.18 |
내 언어에 속지 않는 법 (허새로미) (0) | 2020.01.01 |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그 숨겨진 이야기 (나카무라 히로코) (0) | 2019.12.29 |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카를로 로벨리) (0) | 2019.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