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껏 한국 영화에서 여성들이 비중있는 역할을 맡았을 때,
가장 큰 허들은 그들이 진짜 여성캐릭터가 아니었다는 것 같아.
물론 흥망이 달린 중요한 일 인만큼
캐스팅을 날로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결과적으로, 관객인 내가 느낀 점은
그 많은 여성캐릭터들의 설정값이
어딘가 남성캐릭터의 그것을 차용했으며
연기만 여성이 맡았다-하는 느낌이었음
예를 들어 해적1과 2의 주인공
터프한 보스가 보스'레이디'임을 어필하는 방법은
(정말 편리하게도) 갑작스런 로맨스였지...
솔직히, 그냥 해적(혹은 조폭) 남녀의 고루한 로맨스에서
새로움을 추출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서
두목을 여성으로, 부두목을 남성으로 설정한 거 아냐?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솔직히 독전의 조연 캐릭터들도
여성캐가 아닌 남성캐를 여성에게 연기만 시키고, '성별' 어필을 위해서
(역시나 편리하게도) 갑작스런 노출씬을 넣었다고 생각했음.
얘기가 길어졌는데, 유령은 무언가 달라졌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물론 캐릭터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었고, 구멍도 보였던 영화다.
일단 구멍 부분 먼저 짚어볼까.
이 영화는 대단한 배우들이 모여있는 만큼, 실내에서 더 강한 영화다.
즉, 이들을 모아두고 갈등을 야기시킬 때 장점이 드러나는 구성임.
그래서 영화가 위기를 지나 절정과 결말로 치닫는 시점부터
즉, 유령이 탈출을 하여 건물 외부로 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탈출 과정에서 일부 캐릭터들이 사망하여 퇴장하는 순간부터
영화는 눈에 띄게 느슨해진다.
그 때부터 인물동선을 포함,
여러군데에서 영화적 허용이 늘긴 했으나...
그래도 괜찮다 하고 넘어갈 수 있었던 것은,
중후반부의 감성연출이 가림막 역할을 했기 때문인 듯
(아 이 영화에선 감성에 호소하는 장면은 있으나,
절대 CJ감성-정도는 아니었다. 적당한 정도.)
여튼 이러한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박수를 치고 싶은 이유는,
(지금 기준) 이 감독님의 최고 필모가 되지 싶고
배우들의 앙상블이 훌륭했기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여성캐릭터의 수준이 돋보였기 때문임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를 제외하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한국영화에서
여성들이 원톱, 투톱, 쓰리톱을 하는 경우가 드문 게
성공적인 선례가 적어서인 탓도 있겠지만
배우들이 연기를 못 하기 때문은 더더욱 아니었다.
여성캐릭터를 제대로 만들지 못했고, 만들지 않았기 때문임
캐릭터는 그대로인데 (선심쓰듯) 연기만! 여성에게 맡겼으니
행동도 언행도 어색한 캐릭터에게 공감 안 되고,
괴리감을 대사로 해소해보려는 구구절절에 더욱 피곤해지고...
영화에 몰입고 안 되고, 서서도 무너지고...
그러나 유령은 그런 부분이 적었음
물론 후반부로 가면서 영화가 다소 삐끗 하긴 하나,
캐릭터의 단단함이라는, 딴 한국영화들에서 보기 힘든 장점이 있다는 생각
(아 물론 그 고양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장점은 잘 모르겠음...)
지금 뒤늦게 입소문이 나고 있는 듯 한데,
(메박의 자사콘텐츠 밀어주기식 배급에 힘입은)
교섭이 거의 130만을 넘긴 시점이고
아바타2가 아직도 성행 중이며,
(배급 담당자들이 예상 못한)
슬램덩크의 화력이 너무 좋아서
100만도 넘기기가 애매해진 상황이라...
어떻게 될 진 모르겠다.
어차피 이 영화는 3~5년 뒤에라도
꼭 재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손익분기가 300만이 넘는다던데,
그래도 극장에 있는 동안 150만은 넘겼으면 좋겠다.
'콘텐츠 > 한국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루이 비디오 (윤준형) (0) | 2023.02.17 |
---|---|
다음 소희 (정주리) (0) | 2023.02.13 |
자백 (윤종석) (0) | 2022.10.19 |
해적: 도깨비 깃발 (김정훈) (0) | 2022.10.09 |
정직한 후보2 (장유정) (0) | 2022.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