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시 (박정우)
사람들이 재밌다고 해서 봤는데,
2012년 영화인데, 놀랍게도 이 영화속 남자 주연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빻아있다.
빻아 있다는 말 블로그에 처음 쓴다. 그만큼 너무 놀라웠고 불쾌했음.
미리 말하지만, 영화 보는 내내 캐릭터들 너무 꼴 보기 싫어서
아주 스트레스 받았던 과몰입 상태로 이 글을 쓰는 것임.
약간 막장 드라마 보고 흥분한 과몰입 상태와 비슷한 기분임.
너무 진지한 거 아니냐고 하시는 분도 계실텐데, 맞아요. 저는 진지함.
이런 캐릭터들은 절대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럼 이제부터 (스포 가득함)
연가시가 발견되기 전부터, 이미 위협적이고 불편했던 그들의 언행 스펙을 알아보자.
재혁(김명민 캐릭터)
1. 본인이 과거 어떤 위치였든, 어쨌든 동생 말만 믿고 주식에 올인해서 다 날림.
2. 주식을 한건 본인인데, 지가 뭔데 계속적으로 아내에게 싸가지없음.
3. 그 상황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정하게 "내가 마트에서 일할까"라 말해주는 아내에게
"내 얼굴에 똥칠하냐"는 경악스러운 대사를 침. 진짜 인터넷에나 나오는 꼰대수준.
(쓸데없는 자존심만 남은) 가장으로서 권위가 망가지는 건 싫으면서
본인 생각해주는 아내에게 뇌 안 거친 말을 하는 건 안 싫은건가?
4. 그 와중에 아내는 한결같이 다정한데, 딱 한번 화를 낸다.
연가시의 존재를 알게된 남편이, 집에 와서 가족들에게 "물만 먹고 있냐고 (또) 화낼 때"임.
그땐 그 화를 못 받아주는데, 왜냐면 친구가 죽은 상황이라서.
5. 이 남편이라는 작자는 그 이후에도 시종일관 화를 낸다.
약을 구하든 못 구하든 상황이 답답하든 아니든.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가족들에게 화 내는건 디폴트다. 대체 화를 안 내면 죽는 병에 걸렸나?
망한 거 힘든 거 알겠는데, 그게 가족들 때문이니? 뭘 잘했다고 가족에게 화풀이?
이런 인간들 백퍼, 잘하면 지탓 못하면 남탓하는 타입임.
6. 가족 살리려고 약 구한다고 개고생한건 인정하나, 평소에나 좀 잘 하길?
맨날천날 화내고 막말하는 본인 때문에 정신적으로 다 곪아있을 듯 한데.
약 찾아다니던 그 초인적인 의지의 0.0000001%만 발휘해서 가족들한테 말이라도 좀 잘 해라.
7. 약이 다 불타고 아내에게 전화했을 때,
"혹시 잘못되도 최선을 다했으니 자책하지 말라"라는 아내에게
어김없이 또 ㅋㅋㅋㅋㅋ "야, 시끄러 그만해." 라고 쳐 화를 냄.
8. 이어서 아내가 "당신은 늘 좋은 남편이었고, 좋은 아빠였어"라고 말하는데
(이 쯤되면 완전 스톡홀롬 신드롬이나 다름 없고요...)
"하지마, 그런 소리 하지 마 왜 그런 소릴해, 너, 야, 맘 약해지면 안돼. 독하게 맘 먹어라 이 바보야" 라고 하고
이어서 "아 듣기 싫어. 너 가만안둬" 이딴 말로 역시나 역정내고 자빠져있음.
아 물론 상황 알겠고요~ 진심 아니고 절박함에서 나오는 뉘앙스인거 알겠는데
평소에도 맨날 화내던 사람이라 딱히 동정해주고 싶지도 않고요?
넘 화가 나서 남주 죽고 다른 사람들 다 사는 결말이었으면 하는 맘도 들었다 진짜.
9. 정부가 제약회사를 산다는 말 들었던 시점에, 자식들과 다정하게 천연비누 만들던 장면도 나오는데 그걸로 사람 본성을 알 순 없다.
문제는 이 사람이 힘들 때 그 화풀이를 가족들에게 했다는 거다. 힘듦을 제공한 원인이 본인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10. 가만 보면 아내, 자식, 주식 권유한 동생에게 말할 때 말고, 남들에겐 딱히 화내지 않음. 즉 가족에게만 싸가지 없는 거.
(본인이 노력해서 얻은 게 아니라 뿌리깊은 남아선호사상으로 부터 유래된) 가부장적 권위에 눈 멀어서
가족들 막대하던 전형적인 한국형 나쁜 아버지 타입.
~1990년대 혹은 2000년대 쯤 까지는 "아버지가 그럴 수 있지" 였지만
지금은 저따위로 구는 게 가스라이팅이고, 언어폭력이자 가정폭력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재필(김동완 캐릭터)
1. 본인이 주식으로 형네 집안 망하게 한 건 알겠는데,
"형네 가족들을 위해선 뭐든 한다"면서 그 "뭐든"이 "여자친구에게 대출을 강요"하는 거냐? 진짜 빻았다.
심지어 미안한 톤도 아니고 뭔 맡겨둔 돈 달라는 듯 강요하고,
여친은 또 거기에 친절하게 응해주면서도 딱히 재필과는 헤어질 생각도 없는 설정.
2. 뭐 다른게 좋으니 만났겠거니 평소엔 사람이 괜찮겠거니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봐도,
그 이후에도 계속 퉁명스럽게 야, 야, 거리기나 하고 존중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무례한 언행을 계속함.
딱히 일도 잘 하지도 않드만...?(영화 속 동료들의 평가가 gg임)
본인 여친이 뭐 아쉬운 게 있는 것도 아니고 무려 국가 보건 기관의 연구원임.(박사겠지?)
본인이랑 안 헤어지는 것도 감지덕지지 인데 굳이 둘을 붙여놓는건 정말 개연성 & 현실성 모두 제로.
3. 적어도 이 영화에서의 여자들은 남자들의 화풀이 상대이거나, 필요할 때 대출받아주는 상대인 듯 하다.
남친이 갑자기 대출받아서 돈 달라했음 현실 여자들은 바로 이 미친놈이?(이것도 순화한 표현이다)라고 했을 거다.
4. 그 이후 "대출은 좀 그렇다며, 지금 연가시 때문에 비상이라 바쁘다"고 말하는 여친에게
"우리 앞날이 비상이야 이 답답아"라고 대답하는 것 또한 매우 욕 나오고 놀랍다.
지가 주식 망해 놓고 -> 수습은 여친이 대출받아서 해줬음 하는데 -> 안 해준다고 저 따위 대사를 친다고?
5. 그러면서 혼잣말 한 마디 더 하는데 그게 진짜 장관이고 절경이다.
★남자가 뭘 한다고 하면 믿고 따라와줘야지. 내조 안하냐★
(뭔조요?? 내조요????? 와 니 인생이 망조다 이새끼야?????!!?)
6. 결정적으로 비리를 찾아내는 인물이긴 하나, 본인 능력은 아니었음. 형네를 망하게 한 주식브로커의 정보로 알아낸 것.
7. 본인이 한 건 그 비리당사자 뚜드려 패서 약 있는 장소 갔다가
약이 불타는걸 무력하게 쳐다보다가 죽을 뻔 했지만, (그놈의) 여친에게 구해짐 당한 것 밖에 없음.
8. 물론 이 캐릭터가 철 없고 허세에 쩐 캐릭터라는건 알겠는데, 주제 모르는 정도가, 아무리 영화라도 한계가 있다.
더 많은데... 열받아서 줄인다.
그렇다. 이 영화에서 남자 캐릭터들은 한결같이 쓰레기고 여자들은 한결같이 다정하고 우둔하다.
그 남자 캐릭터들은, 사실상 본인에게 제일 소중한 사람에게 말할 때는 존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말투를 구사함.
2000년대도 아니고 2010년대 영화인데... 남캐들 말투의 가부장성이 아주 조선시대급이라 놀라웠다 진심으로...
일단은 영화고, 결과적으로 목숨 살려줬으니 다 괜찮다는건가? 진짜... 문제있다.
이런 캐릭터들 두번 다시는 보기 싫다.
라떼의 학창시절에는 아직 저런 아버지들이 아직 많던 시절이라서, 보기만 해도 그때 생각나서 너무 스트레스 받음.
*사진출처: 네이버 영화